별물님과 에스더님이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꽤 많은 기대와 실망과 생각을 하셨는지 연이어 장문의 글을 올리시는 걸 보니..
갑자기 저도 제 생각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ㅎㅎ
이 글은 두 분의 의견에 대해 이러저러 하다는 견해가 아닌 그저 제가 생각하는 김건모라는 가수와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로서의 소감일 뿐입니다.
우선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
별물님의 글에 댓글 남겼던 것처럼 전 그저 예능 프로그램으로 단순하게 보고 있습니다.
정통 음악 프로도 아니며 교양도 아니고 다큐도 아닙니다.
일요일 가족이 둘러 앉아 저녁 먹으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역사가 길다보니 토크쇼처럼 진행을 한 적도 있고 공익적 성격을 띤 적도 있으며 어설픈 리얼 버라이어티 흉내를 내다가 바닥을 친 적도 있죠.
결국 막바지에 몰려 선택한 것이 최근 유행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포맷에 정통 음악 방송을 뒤섞은 다소 모험적인 시도를 한 것이 이번 '나는 가수다'라는 코너라 생각됩니다.
아직 그 모험을 성공이다 실패다라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흥행 코드에 결코 쉽게 다루기 어려운 정통파 기성 가수라는 어려운 양념을 얹어 놓아 이제 고작 3회 방송했을 뿐임에도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죠. 그 이슈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시청률 확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필요악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제작진의 모습과 함께, 위험한 양념의 독소를 제대로 중화시키거나 조절하지 못한 채 자극적인 맛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무리한 편집, 그리고 옹색한 논리로 원칙을 흔든 우유부단함 등이 총체적으로 상승 작용을 했다는 느낌입니다.
'아직 3회에 불과하니'가 될지 '이제 3회임에도'가 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다음은 한 때 음반만 냈다하면 백만 장을 우습게 넘던 당대 최고의 가수 김건모....
저는 3회 방송 중 자문단 한 사람이 했던 '김건모는 모짜르트다'라는 멘트에 상당히 공감을 하는 한 사람입니다.
저도 예전에 언더그라운드였지만 연주를 하고 곡을 쓰고 노래를 했던 음악인 출신으로써 김건모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면서 정말 타고난 '딴따라'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의 음을 다루는 얄미울 정도의 가창력과 기교, 댄스 가수가 아님에도 온 몸으로 리듬을 타면서 보여 주는 완벽한 율동과 바운스, 무대를 가득 채우는 흥겨운 퍼포먼스는 연습이나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김건모이기에 가능한 천재성의 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확하게 짚어야 할 부분은 김건모는 진지하게 예술을 갈구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철저하게 즐거움을 추구하는 엔터테이너라는 점이죠.
비록 온 몸에 그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음악적 천재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는 진지함보다는 늘 즐거움과 가벼움을 추구하는 엔터테이너의 길을 걸어왔음을 지난 그의 행보를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때 그 어떤 개그맨보다도 더 관객과 시청자를 웃기는 입담을 거침 없이 선보이며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했던 적도 있으며 그의 콘서트에는 늘 과장된 몸짓과 의상, 익살스러운 퍼포먼스가 공존했죠.
김건모는 철저하게 노래를 잘 부르는 광대의 길을 걸어 온 사람이라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그러니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며 아티스트로 명성을 인정받은 나머지 여섯 명의 후배들이 너무나 비장한 각오로 프로에 임하는 모습은 김건모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컨셉이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거기에 공교롭게 지정받은 곡도 결코 가볍게 놀 수 있는 곡이 아니었으니 난감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아마 '립스틱 짙게 바르고'가 아닌 김건모 식의 해석이 충분히 가능한 곡이었으면 전혀 다른 공연을 보여주지 않았을까요...
김건모라는 가수가 그 곡을 받아들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가 불렀던 몇 안되는 진지한 발라드의 느낌 그대로 원곡에 충실(?)한 공연을 선택했고 이런 진지함에 대한 반작용이랄 수 있는 립스틱 퍼포먼스로 엔터테이너 김건모다움을 나름대로 임팩트 있게 보여 줬습니다. 물론 그 결과는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참담하게 나타났죠.
본인의 가치관과 개인적 사정이 어떠했던 간에 대중앞에 발가벗겨지는 예능인으로서 성의 부족이나 생뚱맞은 이벤트 등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점은 본인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분명합니다.
(만약 앞 뒤 다른 공연 보지 않고 프로그램 성격 감안하지 않고 김건모의 노래만 따로 떼어 봤다면 꽤 괜찮은 무대였다고 생각됩니다..^^;)
여하튼 결과는 가장 선배인 김건모의 탈락으로 나왔고 또 이것이 함께 출연한 가수들의 바램과 제작진의 변심(?)으로 인해 재도전이라는 반전으로 이어졌죠.
저는 여기서 김건모가 재도전을 선택했다는 것을 보고 역시 김건모는 뼈 속까지 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을 굳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번 실패를 맛 본 천재 김건모가 다음 경쟁에서 과연 어떤 무대를 선보일 지는 프로그램 입장에서 꽤나 '매혹적인 사과'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죠. 이것은 이제 한 물 간 것으로 여겨지던 김건모를 세상의 중심으로 다시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소속사도 놓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여론에 의해, 제작진과 회사의 의도에 의해 바다로 갈까 강으로 갈까 산으로 갈까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가수 김건모, 아니 엔터테이너 김건모가 다음 경쟁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는 기대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출연 가수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시도를 하지 못할 그만의 즐거움을 최대한 보여 줄 수 있는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덧) 재도전 제도의 도입으로 서바이벌의 의미와 긴장감은 이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어찌보면 이로 인해 보다 가수의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ㅎㅎ
긴장감을 억지로 높이기 위한 그 질할 맞은 편집은 정말 짜증났거든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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