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까지 김건모에 대해 호감도를 말하라면 저는 6-7 정도 됩니다.
평소의 생활이나 성격 등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천부적인 딴따라 기질은 높이 살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옛 노래를 찾아 들을때면 종종 김건모의 노래 한두곡이 포함될 정도로 즐기고 있습니다.
(스티비 아저씨를 좋아하기 때문에 비슷한 음악적 성향을 가진 건모에게 끌렸을지도)
3회에서 김건모의 공연순서는 윤도현, 백지영, 박정현, 김범수에 이은 다섯번째였습니다.
이소라는 여섯번째였죠. 저는 일단 여기서 앞서 노래하는 가수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등한 수준은 아니라고 스스로 감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노래하는 네명의 가수들은 정말 놀라운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일단 김건모의 노래를 들으며 왠지 새로운 것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립스틱 퍼포먼스는 뭔가 파격적인 자극으로 다가오기 보단,
"장난해?" "서바이벌인데 이래도 되는거야?" 라는 불쾌감이랄까.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방송 중간중간 보여지는 인터뷰에서는 김건모의 음악적 고민이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았고
단지 립스틱 바르는 퍼포먼스 해볼까요? 정도.
본인 스스로는 립스틱 색깔을 무엇으로 할지, 그랜드 피아노 위에 립스틱 200개를 올려놓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는 하는데 이것은 어찌보면 음악을 "전달하려는 의도"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장치에 불과합니다.
평소 김건모의 성격과 성향을 토대로 이러한 발언이 나오기까지의 생각을 되짚어보니,
자신의 음악은 별다른 고민없이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하게 이루어진
반어법적인, 또는 즐거움을 위한 퍼포먼스였을까 하는 생각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즉, 남자가, 여자의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자신의 음악이 관객에게 전달되기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립스틱 퍼포먼스를 통해 좀 더 쉽게 전달하고픈(?) 욕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어떻게 보면 이것은, 관객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죠.
음악적 퍼포먼스는 "개구장이 김건모"로서 있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일단 제쳐두겠습니다.
조금전 말씀드렸듯이, 방송중에 나온 인터뷰(선곡수, 중간평가시, 공연 녹화전, 녹화 후 등)를 보면
김건모의 발언에는 "직접적인 음악적 고민"은 보여지지 않습니다.
까마득한 후배들도 머리 싸매고 고민하면서 자신의 이미지까지 파괴해가며 노력하고 있는데
김건모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는 별자리물고기님이 언급했듯이
목소리만 바뀌었을 뿐 음악적 변화의 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윤도현은 사근사근하고 맑은 톤의 이선희 "나 항상 그대를"을, "한국적 락음악의 선봉"다운 해석으로
윤밴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제가 그동안 못본 공연들 중에 시도했던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거의 최초의 음악적 시도(피아니스트와 함께 오케스트라 적인 퍼포먼스를 펼쳤지요)를 감행했습니다.
방송 3회 내내, 아니 평소에도 입버릇처럼 윤도현은 "락은 사람들이 폭넓게 좋아해주는 음악이 아니다.
서바이벌에서 좋은 성적은 내지 못할 것이다, 다만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여러번 말했고
3회에서 공교롭게도 1번으로 가장 처음에 공연하게 됩니다.
(워낙 쟁쟁한 가수들이다보니, 초반에 노래한 가수들은 뒤의 가수들에게 묻힐 수 있다는 점을
출연 가수들 모두 인지하고 있었고 방송 내내 그 공연 순서에 목을 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윤도현은 1위를 했습니다.
두번째 노래한 백지영. 본인의 말대로 "한에 대해 일가를 이룬"듯한 해석으로
트롯곡 나훈아 의 "무시로"를 "백지영 적인 발라드"로 재해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세번째 박정현. "비오는 날의 수채화" (강인원 권인하 김현식)
세 남자의 발라드를 여자가, 그것도 가냘픈 몸매의 고음 톤 R&B가수가 소화해 냈습니다.
교포였기에 이 노래를 몰랐다고 하는데, 연습때 원곡을 들었을까는 모르겠지만
"모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제 방식으로 해석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라고 하더니
정말 박정현의 노래인것 처럼 들렸습니다.
네번째 김범수. "그대 모습은 장미" (민해경)
발라드 가수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철저히 배제하고 춤까지 추어가며 노래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노래 끝의 살짝쿵 퍼포먼스는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발라드 가수가 몸을 움직이면 발성이 흐트러지는 것이 다반사이거늘,
김범수는 춤을 추면서도 발성 발란스를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었고 표정 또한 즐기는 모습.
편곡자와 안무가의 힘이 보태어졌긴 하지만, 노래 소화를 완벽히 해낸 김범수 또한 대단했습니다.
여섯번째 이소라. "너에게로 또다시"(변진섭)
진지한 발성과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어주는 목소리는
이 노래가 과연 변진섭의 노래였을까? 라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중간평가때 빠지는 등 예민한 모습으로 좀 위태했는데 막판에 또 "슬픈데 왜 녹화하느냐"는 발언으로
비판의 도마위에 오른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일곱번째 정엽. "짝사랑" (주현미)
연습 장면에서는 해군 군악대 시절의 '가닥'을 선보이기도 하여
그 '가닥' 가지고 쉽게 풀려나보다 생각했는데
(군악대나 홍보단 등 그쪽 보직에 있던 분들이 장교 회식에, 또는 지역 주민 행사에 동원되어
트롯 같은 음악을 자주 연주한다... 라는 경험담을 지인으로부터 여러번 들었어요)
실제 공연에선 그런 '가닥'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흑인음악)로 해석한 것이 돋보였습니다.
트롯을 블루스로. 통통튀는 박자감을 끈적끈적한 그루브로...아.. 정말 기막힌 아이디어였습니다.
김건모를 제외한 여섯 가수들의 공통점은,
원곡을 망가뜨리지 않고 원곡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면서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돋보이게 했다는 것입니다.
리메이크곡들을 접할때의 제 기준은 쉽게 말해 "적응이 쉬우냐 쉽지 않으냐" 입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이 적응이 잘 되고, 그 노래가 히트했다는 것은
이미 머릿속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던 원곡이 떠오르지 않을만큼
1. 새로운 음악적 해석.
2. 가수의 완벽한 음악적 소화
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리메이크를 듣는데, 왠지 원곡에 대한 기억에 반하여 거부감이 일어나면서 원곡이 생각난다는 것은
그 가수와 편곡자가 위의 두가지 조건에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런 입지에서, 김건모의 노래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별로 놀라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었습니다...
....정말 뭔가 해줄 말이 없네요.
게다가, 음악적 변화가 없어 "재미가 없었다"라는 저의 아주 초보적인 판단이 있었다면
데뷔 20년이라는 김건모는 자신의 음악적 과오를 알아채고도 남을 사람입니다.
그런데 립스틱 퍼포먼스 때문인가? 라면서 자신의 음악적 자만? 또는 은밀한 회피?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PD도 낚이고, 다른 가수들 감정적 동요에 휘말리고....
최근 이슈가 되어 욕먹고 있는 위탄의 안아리가 떠오르는 건 억지일까요?
김건모는 2주간의 기간동안 과연 음악적으로 어떤 변화, 어떤 해석을 하려는 노력을 한 것일까? 하는
왠지 불안한 의문만 남았습니다.
순위가 발표되어 7위가 되고, 탈락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기실에서 쿨하게, "물러서겠다" 라고 발언했을 땐
그래도 옛 정이 있고 연장자라는 입지다운 발언이었기에, "나잇값 하네. 그래야지" 라고
나름의 "칭찬"을 해주었습니다만... 그 기대는 몇분도 안되어 무너졌습니다.
사장님(작곡가 김창환, 김건모를 데뷔시켜주고 정상까지 끌어올렸던 장본인)에게 물어보자 라고 하더니
말을 바꾸어 재도전이라고 하는 것도 우스웠습니다.
아무리 후배 가수들이 원한다 해도, 물러나 자신의 그날 공연에 대한 반성의 뜻을 인터뷰로 남기며
이후의 행보에서 뭔가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김건모에게 득이 될 뻔했습니다.
이후 보도에 의하면, 기획사 사장(김창환)이 직원들의 만류에도 재도전 하라고 했다지만...
가장 기본적인 룰임에도 불구하고 첫 서바이벌 탈락자 발표에서 이렇게
프로그램 하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수준의 행보를 했다는 점이 매우 불쾌할 뿐입니다.
3회 방송 말미에, 자문단의 김건모에 대한 "따끔한" 평가를 원했으나
오히려 방송의 "당위"만을 설파하고 있어서 이 또한... 쩝.
(음악방송을 죽인 MBC 이런 논의는 여기서는 제외하겠습니다.)
요즘의 음악방송 추세는, 10대~20초중반을 타겟으로 한 아이돌 가수 중심 또는
중년을 위한 7080 방송, 또는 그 이상 세대를 위한 열린음악회 정도.
세대의 양극화를 달리면서 중간에 낀 30-40대의 음악방송이 부재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라디오가 채워주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죠)
이런 면에선 "나는 가수다"는 상당히 그 중간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컨셉인 것은 분명합니다.
일주일에 고작 2-3회 TV 켜는 것이 EBS 어린이 프로그램을 위해서였던 우리 부부가
어젯저녁 외출에서 돌아오자마자 TV를 켜게 만들었고
TV 쇼프로그램에 거의 관심이 전무하다시피 하던 별물님께서 "이전 회 모두 다운받아 달라"며
저에게 요구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런저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꽤나 큰 논란이 터져나와 시끄러운 "나는 가수다"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긴건모에 대한 일은, 기왕 재도전 결정된 마당에
어떻게 수습하며 어떻게 전화위복을 할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또한 이병진이 예민덩어리 동갑내기 이소라를 어떻게 컨트롤 하면서 보필 해줄지,
논리에 인가견 있는 김제동과 버라이어티 보조진행에 일견있는 박병수가
어떻게 사이사이의 진행의 흐름을 만들어 줄지
눈치빠른 재간둥이 김신영이 어떻게 요소요소 웃음을 자아내줄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어쟀거나, 옛정이 흔들리니 그리 유쾌하지는 않네요.
이은미 언니는 제발 나와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그분 나오시면... 진짜 뒤집으실거 같아서.... ㄷㄷㄷㄷㄷ
(뭐 출연 자체를 안해주실 분이긴 합니다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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