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다이사의 포터블 LP 플레이어 EBPO1-IR
등록일 :2004-09-18 00:00:00 조회수 :11,523 추천수 :213
메이지 신궁과 코스프레로 유명한 일본의 하라주쿠 역에 가면 역사 안에서 외국인인 우리 귀에도 익숙한 노래가 항상 흘러나온다.
귀를 기울이고 잘 들어보면 만화영화 철완 아톰의 주제가다. 일본어 가사를 모르면서도 듣고 있다 보면, 한국어 가사로 흥얼거리게 된다. 재패니메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일본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된다. 애니메이션으로 얻는 수익은 단발적인 영상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판, 캐릭터, 음반, 문구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 걸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철완 아톰만 봐도 그렇다. TV 시리즈를 시작으로 만화책이나 소설로 출간되기도 했고, 장난감으로 만들어져서 1951년부터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판매되어 스테디 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아톰이 그려진 아동 문구류는 수집가들에게는 레어 아이템으로 취급되고 있고 주제가는 아직도 추억의 향수에 젖고자하는 사람들에게 음반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금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캐릭터를 이용한 음반 산업이다. 일본은 일명 에이토반(Eight Ban) 또는 하치반(はち盤)이라고 부르는, 직경 8cm의 싱글 음반이 보편화되어 있다. 싱글 음반은 한 두곡의 노래가 수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의 귀에 익은 노래는 기껏해야 오프닝과 엔딩의 두 곡 정도가 전부인 만화영화의 주제가가 수록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이미 많은 수의 만화 주제가 음반이 8cm의 CD나 LP로 이미 발매되어 있고 사용자 층도 꽤나 두터운 편이다.
서두가 길었다. 왜 구구절절히 주제가 산업에 대해 늘어 놓았냐면, 지금 소개할 제품이 바로 주제가 산업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반다이사의 포터블 LP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EBPO1-IR이라는 모델명의 이 제품은 하치반 레코드 전용 플레이어이다.

포터블이라고 하면 흔히 작게는 MP3 플레이어의 크기를 떠올리거나 크게는 워크맨 정도의 크기를 떠올리는데... 이 놈은 플레이어라고는 하지만, 크기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는 다소 엄한 사이즈의 제품이다. 뭐 굳이 비유하자면 뉴욕 뒷골목에서 흑인들이 어깨에 메고 다니는 스피커 일체형의 CD 플레이어 같은 느낌이랄까? 실제로 그렇게 큰 것은 아니고 포터블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크기라서 하는 말이다. DVD 케이스를 한 10개 정도 겹쳐서 쌓아 놓으면 비슷한 크기가 아닐까 싶다.


우선 외형부터 살펴보면 작기는 하지만 일반 턴테이블과 그 생김새가 크게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턴테이블을 그대로 작게 축소했다고 하면 맞을까? 전체적으로 제품의 퀄리티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굳이 음악 감상용으로 이용하지 않더라도, 장식용으로도 그 가치를 톡톡히 할 것 같다.

색상은 아이보리와 붉은 색의 투톤으로 되어 있는데, 일부러 골동품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일본의 초기 LP 플레이어의 색을 그대로 옮겼다고 한다. 디자인도 초기 제품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삼았다는데, 초기 제품들의 사진을 구할 수 없으니 확인할 길은 없다. 그냥 믿자.

좌측에 턴테이블이 있고 그 옆에 톤암, 우측에 상단에 스피커가 있고 그 아래에 피치 조절 스위치와 파워 및 볼륨 조절 스위치가 있다.
장난감 개념의 제품이므로 그 구성은 다소 간소한 편이다.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치반 전용의 플레이어 임에도 불구하고 톤암이 다른 부분에 비해 상당히 크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일반 턴테이블과 같은 사이즈의 톤암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모품인 스타일러스(바늘)의 경우 보통의 턴테이블과 호환 가능하다. 전용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품에 대해 부담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턴테이블이 해태전자를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더 이상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는 않고 가격도 만원이 넘어가는 고가라서 부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자동 턴테이블에 있는 기능인 리프터(바늘을 내릴 때 충격이 가지 않게 톤암을 받쳐주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를 작동시킬 때 바늘과 LP가 상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우측에는 피치 조절 스위치가 있는데...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피치가 빠르게 변하고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피치가 느려진다. 돌리다 보면 중간 즈음에 살짝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1X 피치 위치이다. 노래 한 곡 듣는데 피치 조절을 할 필요야 있겠냐만은 그래도 기능은 많을수록 좋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라서 만족이다. 그 아래에는 붉은 색 LED가 달려 있는데 다들 예상했겠지만, 전원을 나타내는 LED이다. 그 아래에는 파워 및 볼륨 스위치가 있다.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볼륨이 증가하고 반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감소한다. 볼륨을 최저 위치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게 전원이 켜지고 내리면 전원이 꺼진다. 어릴 적 ”드드드득“ 하고 채널이 돌아가는 아날로그 채널 텔레비전에서 흔히 보던 방식이다.
스피커가 생각보다 작은 편이어서 소리가 미흡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윗부분의 스피커는 페이크다. 아마 디자인을 위해 만들어 놓은 구멍인가 보다. 실제 스피커는 바닥에 위치하고 있다. 예상보다 출력은 큰 편이었다. 설명서에도 출력에 대한 부분은 언급되어 있지 않아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큰 편이다. 음질은? 기대하지 마시길... 왼쪽 상단에 보면 톱니 모양으로 생긴 부품이 있는데 이 놈은 평상시에는 사용할 일이 없다. 가끔가다 가운데 구멍 부분이 다른 것보다 큰 LP가 있는데 그런 LP를 재생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스페이서다. 검정색의 스폰지로 된 부품은 턴테이블과 LP사이에 끼워 마찰에 의한 손상과 LP의 미그러짐을 방지하고 음이 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아래에는 들고 다닐 수 있게 손잡이가 달려 있고, LP가 장착되는 부분에는 덮개로 씌워져 있다.

간혹 재생 중에 덮개로 덮으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재생 중에는 덮개를 꼭 열어 놓기 바란다.

재생을 하기 위해 LP 위에 바늘을 얹으면 톤암의 높이가 덮개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덮개를 내릴 경우 바늘을 누르게 된다.

LP가 손상되거나 바늘이 부러질 우려가 있으므로 재생 중에는 덮개를 반드시 열어 놓길 바란다.
AA사이즈의 배터리를 4개 사용한다는 점이 다소 부담스럽다.

외부 아답터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생시간은 꽤나 만족스러운 듯 하다. 배터리가 다 소모될 때까지 돌려보진 않았으나, 8시간 정도 연속 재생해도 쌩쌩한 걸 보면 생각보다 배터리 소모는 그리 크지 않은 듯 하다.



전용 LP의 모습이다. 독특하게 전용 LP는 어릴 적 학교 앞에서 하던 뽑기와 같은 방식이다. 안에 들어 있는 타이틀을 겉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외부에 표시도 안되어 있고 밀봉이 되어 있을뿐더러 검은색 종이까지 덧대어 놓아서 겉에서는 어떤 타이틀인지 식별이 불가능하다. 그저 운에 맡길 뿐... 재수가 좋으면 한 번에 원하는 타이틀을 건질 수 있지만, 재수 없으면 몇 번을 아니, 몇 십번을 도전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 일본인의 상술이란 역시.... 개인적으로는 달려라 번개호를 원했지만, 당첨된 것은 처음 보는 공룡만화였다. 게다가 노래도 구리구리... 내부에는 그래도 만화의 장면을 모아 놓은 부클릿도 들어 있어 나름대로 구색은 다 갖춘 듯 싶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싱글 LP 문화이다. 이 제품을 구입한다고 해도 정식으로 LP들이 수입되지 않는 한은 마음껏 원하는 만화 주제가를 즐기기는 어려울 듯 하다. 하지만 장식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데다가 한두 장의 LP로도 만화영화의 주제가를 들으면서 잠시나마 추억을 곱씹을 수 있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가격은 엔화로 5,000엔 정도이고 LP는 한 장에 300엔 정도라서 가격적인 부담도 크지 않은 제품이다. 옛 추억에 잠시 빠지고 싶다면 서둘러 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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